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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어조> - 양아치 같은 세상, 어떻게 ‘젠틀’하게 살 수 있나? | 2006.06.21
 



영화는 안성기가 특유의 우아하고 점잖은 말투로 ‘양아치’의 정의를 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나레이션의 분위기와 180도 다른 아이들이 화면 속에 등장한다. 학교나 공부와는 담을 쌓았으며, 자신들은 멋이라고 생각하지만 남들 보기엔 지저분하고 개념 없는 패션을 선호하며, 입에 육두문자를 달고 다니는 것이 ‘가오’를 세우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는 세 명의 청년들 익수(여민구), 종태(김종태), 떡팔(최석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이런 아이들을 보통 ‘양아치’라고 부른다.

단국대학교 영화학과 재학 시절에 만든 단편 <장마>로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휩쓴 조범구 감독이 2004년에 만든 첫 번째 장편영화 <양아치어조>는 저예산 디지털 영화다. 당연히 스타도 없고 화면도 거칠지만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라인은 꽤 그럴듯하다. 양아치로 불리는 소위 불량 청소년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사실 널리고 널린 흔한 것이다. 조범구 감독은 거지, 넝마주의라는 뜻임과 동시에 ‘싸구려’, ‘저급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양아치’라는 단어를 껄렁한 비행 청소년들에게 한정짓지 않고 좀 더 확장하여 해석하려 한다. 촌스럽고 어설픈 강북 양아치 익수, 종태, 떡팔은 익수의 부모가 보험금을 남겨 놓고 돌아가신 이후, 꿈의 땅 강남에 입성해 나름 성공을 꿈꾼다. 양아치들의 대표적인 특징을 꼽으라면 알맹이보다는 껍데기에 집착하고, 어설프게 뭔가를 따라하는 것. 이 세 명의 촌놈들은 돈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강남의 스타일에 적응하기 위해, 그렇게 비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따라하며 죽을 힘을 다해 애를 쓴다.



부모가 남긴 보험금을 들고 강남에 원룸을 얻은 익수는 엄청난 빚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술집 종업원 현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종태는 본격적으로 강남 바닥에서 돈놀이를 시작하며, 어리버리한 떡팔은 몸을 팔아(?) 먹고 사는 호스트의 길에 들어선다. 한편 익수 엄마를 죽게 한 교통사고의 주범 악덕 사채업자와 그의 돈을 갚지 못해 피 말리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세탁소집 주인과 그의 아들들 역시 세 명의 양양치 청년들과 서로 물리고 물고, 밟고 밟히는 관계로 엮여 있다. 결국 영화는 양아치스러운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극한 상황에 몰리면 누구나 저급하고 비열한 욕망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려하지는 않는다. 나는 안 그런 척, 있어 보이는 척 하게 된다. 그건 마치 양아치들이 자신들을 뭔가 멋진 존재, 남들과 구별되는 존재로 각인시키기 위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양아치어조’와도 비슷한 것이다.

조범구 감독이 IMF 때 집이 경매로 넘어가 사채업자와 전세 입주자에게 2년 넘게 시달렸던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양아치어조>는 언뜻 보기에 코믹한 요소가 강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찌질하기’ 짝이 없는 세 청년들의 실패담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비관적이거나 냉소적이지 않다. 부모가 남겨준 거액의 보험금을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흔쾌히 써버릴 수 있는 익수의 비현실적일 정도로 무모함은 조범구 감독이 양아치 3인방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희망적으로 그리고 싶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될 거야”라는 대책 없이 낙관적 멘트를 날리는 것이 아니라 “실패는 우리는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렇기 때문에 괜찮아”라며 영화 속 주인공들을, 그리고 감독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영화다.

이래서 뜰 것 같다
작은 영화의 승부처는 역시 열정과 아이디어다. 현재 <뚝방전설>을 찍고 있는 조범구 감독의 데뷔작에는 신인다운 열정과 꽤 공을 들인 스토리라인이 있다. 실제로 작년 광주국제영화제에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어쩐지 불안하다
저예산 디지털 장편 영화에 단관 개봉, 게다가 스타도 없고 사채업자와 포주에게 압박당하는 우울한 이야기? 흥행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 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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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어조> - 양아치 같은 세상, 어떻게 ‘젠틀’하게 살 수 있나? 2006.06.21
 
양아치 어조
개봉일 : 06/06/24
감독 : 조범구
주연 : 여민구, 김종태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