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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Many Faces of Zo In Sung - 배우 조인성의 어제와 오늘 | 2006.06.07
 



1999년 시트콤 [점프]로 데뷔, 영화로 따지면 2002년 <마들렌>이 첫 작품이니 조인성의 연기 경력은 아직 무르익었다고 볼 순 없다. 그래서 어쩌면 조인성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해보겠다는 이 기획은, 오버해도 한참 오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심지어 그는 사극과 현대극을 오갔던 것도 아니고, 외적인 스타일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조인성이 걸어온 피로그래피를 하나씩 밟아나가다 보면, 그가 어느 순간부터 덩치만 큰 막내동생 이미지에서 삶의 무게를 지닌 사내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가장 큰 운신의 폭읕 보여줄 영화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을 만나기 앞서, 그가 어떤 흔적들을 남겨왔는지 잠시 돌아보시라.


시트콤 [점프]에서 ‘킹카 브라더스’ 3인방으로 선보이긴 했지만, 조인성이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기 시작한 것은 성장 드라마 [학교3]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조인성은 별다른 연기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있는 존재였다. 늘 떠벌떠벌하는 박광현 옆에 앉아서 건방져 보이는 눈빛으로 자세를 잡고 있던 ‘김석주’. 그는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길 원했고, 무리에 휩쓸리기보다 이어폰을 꼽고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던 소년이었다. 훤칠하고 우수어린 외모와 살벌한 말투와 눈빛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그 자체로 그림이 되었던 역할.


[학교3]에서 만들어진 반항아의 이미지는, [피아노]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했다. 극중 조인성이 맡은 역할은 김하늘의 남동생이자 고수의 이복형제 ‘이경호’. 덩치는 크고 싸움 깨나 하지만, 유년시절의 상실감을 고스란히 안고 등장한 청년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의붓아버지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해, 의붓아버지와 그의 아들을 죽도록 미워했던 남자. 조인성이 지닌 ‘외강내유’형의 이미지는 아마 이때쯤 만들어진 듯하다. 하지만 드라마의 마지막, 미워했던 아버지에게 눈물로 애정을 고백하는 신에서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스타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시트콤. 조인성 역시 시트콤으로 장안의 스타가 된 케이스다. 당시 [뉴논스톱]의 조인성은 대한민국 소녀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완벽한 남자친구상이었다. 얼굴 잘생겼지, 마음씩 곱지, 순정적인 면모까지 보여줘 다소 어눌해도 귀여운 이미지로 많은 인기를 얻었으니 말이다. 극중에서 조인성은 억척녀 ‘아! 네모네’ 박경림과 결혼까지 하면서, 끝까지 ‘천사표 왕자’의 이미지를 고수했다. 따로 노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조인성과 박경림 커플은, ‘박스협’(박경림 스캔들 추진협의회)의 열기와 함께 한동한 회자되기도 했다.


조인성의 영화 데뷔작. 영화의 제목이자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빵 ‘마들렌’은, 유년시절의 추억과 사랑의 설렘을 표현한다. 여기서 조인성은 기존의 삐딱하고 우수어린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독립적인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마들렌>의 주된 스토리는 국문학도 지석이 우연히 재회한 중학교 동창 희진(신민아)과 한 달간 계약연애를 한다는 내용. “첫사랑은 이렇게 아픈데 다시 사랑이 찾아오면 첫사랑처럼 아플까?”란 감성적인 대사들과 함께 눈물 가득 고인 표정, 순수한 웃음 등 본격적인 멜로라인을 보여준 영화다.


‘홍콩 3부작’으로 유명한 프루트 챈 감독은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의 젊은 스타들을 기용했는데, 조인성은 장혁과 함께 그 대열에 합류했다. 조인성이 맡은 역할은 부산 바닷가에서 횟집을 하는 김선박(장혁)의 친구이자, 불치병으로 마흔 살을 넘기지 못하는 청년 조. 화장실 문화를 통해 인간의 생로병사를 담은 이 영화에서, 조인성은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청년을 연기했다. 푹 눌러쓴 모자에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점퍼… 패셔너블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도 아니지만, 배우로서의 경력 자체에 의미가 컸던 작품이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했던 2002년, 조인성의 본격적인 드라마 주연작 [별을 쏘다]는 전도연의 상대역이란 사실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극중 역할은 매니저 소라(전도연)의 눈에 들면서, 호텔 보이에서 톱스타로 대변신하는 청년 성태. 조인성의 스타일리시한 외모와 분위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건 사실이지만, 간간히 드러나는 엉뚱함 때문에 그의 이미지는 더욱 특별하게 보였다. 난독증 때문에 지적 열등감을 안고 있는 성태를 연기하면서, 조인성은 공짜 좋아하고 엄청난 짠돌이 기질의 남자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냈다. 전도연의 안정적인 연기와 그럭저럭 잘 어울렸던 역할.


‘2003년 최악의 한국영화’로 압도적인 혹평을 받았던 작품. 조인성 개인으로서는 자연스러운 바람둥이 연기를 펼쳐보일 기회였지만, 결과적으로 작품 자체에 대한 비난과 함께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처참한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이름도 전형적이기 짝이 없는 ‘김철수’. <남남북녀>는 세련된 매너와 그럴 듯한 스타일의 바람둥이 김철수가 남쪽 대표 자격으로 연변 발굴단에 참여했다가, 북한 여대생 오영희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조인성은 온몸이 망가지는 걸 불사하고 흔들고 맞으며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쏟아지는 혹평 속에서 마음고생을 톡톡히 겪어야 했다.


1인 2역을 맡은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세 주연배우로 꾸려진 영화. 하지만 말이 ‘세 주연배우’지, 편집 과정에서 조인성의 촬영분량이 절반 가량 잘려나가는 바람에 허탈감에 빠지게 했다. 극중 조인성이 맡은 역할은 현재의 손예진 즉, 지혜가 짝사랑하는 연극반 선배 상민. 상민은 스토리를 책임지는 인물이라기보다, 서정적이고 소녀적인 영화의 결말을 완성하는 인물에 가까웠다. 그나마 출연분량 중 손예진과 함께 빗속을 뛰어가는 신 때문에 그의 존재감이 드러났던 편. ‘자전거 탄 풍경’의 주제가가 흐르는 가운데 교정을 뛰어가는 신은 한동안 로맨틱한 장면으로 회자됐다.


전화통 붙들고 눈물 콧물 줄줄 흘리던 남자. 2004년 최고의 드라마로 꼽혀도 손색이 없을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조인성이 맡은 ‘정재민’이란 남자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이상하게도, 이 드라마에서 여자는 건조하게 행동하고 남자는 울며 불며 매달린다. 정재민은 그런 남자였다. 귀족처럼 자라 거만하면서도 아버지 앞에서는 한없이 비굴하고, 한껏 빼 입고도 가끔씩 얼빠진 사람처럼 굴던 남자. 인욱(소지섭)과 수정(하지원)을 만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운명에 휘날리던 정재민은, 조인성이 맡았던 캐릭터 중 단연 최고. 영악한 척 굴어도 속은 나약한 사내 역할에, 조인성은 정말 딱이었다.


“가지 마요. 그렇게 등 돌아서 가지 마요. 나한테 뭐가 돼달라는 소리 안할 테니깐 등만 보이지 말라구요!” 누나뻘(?) 되는 고현정과 미묘한 연인의 감정을 나눴던 드라마 [봄날]. 고현정의 복귀작으로 더 화제가 되긴 했지만, 조인성은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쌓아온 이미지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반항적이고 콤플렉스 가득한 남자 ‘고은섭’을 연기했다. 형 고은호(지진희)를 제치고 고현정과 조인성이 이루어지는 결말이었는데, 아무래도 단정하고 선한 지진희보다는 불안정하지만 격렬한 감성의 조인성 쪽이 더 매력적이었던 듯. 조인성이 남긴 패션들도 화제가 되면서, 그야말로 ‘조인성의 봄날’을 가져온 드라마다.


뚜껑이야 열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공개된 스틸컷만 보더라도 <비열한 거리>는 조인성이 가장 큰 운신의 폭을 보여줄 작품임에 틀림없다. 조폭은 조폭이되, 삶의 무게를 잔뜩 짊어진 조폭 병두. <비열한 거리>는 삼류 조폭 병두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존의 귀족적이고 모성애를 자극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난 조인성은, 거칠고 욕망에 들뜬 사내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말죽거리 잔혹사>로 권상우를 재발견하게 한 유하 감독이라면, 조인성이 배우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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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
개봉일 : 06/06/15
감독 : 유하
주연 : 조인성, 진구, 남..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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