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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도', 시종일관 비장했던 호랑이와 사자의 싸움 | 2015.09.14
 



[이데일리 스타in 연예팀] 이준익 감독의 ‘사도’는 1762년 영조가 기행을 일삼는 둘째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8일 만에 죽게 만드는 비극적 이야기를 영화로 옮겼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영조(송강호 분)와 사도세자(유아인 분)의 감정 선을 따라 훑어낸 수작이다.<편집자 주>



공개 입찰 프레젠테이션 현장. 경쟁해야할 퍼포먼스 주제는 ‘사자와 호랑이의 싸움’이었다.

첫 번째 참가 팀이 등장한다. 몰입감을 주려고 프레젠터 둘이 사자탈과 호랑이탈을 구해 쓰고 발표를 했다. 대단한 시도 같았으나 다음 팀들의 발표를 보니 그것은 ‘키치’한 애교였다. 두 번째 팀은 실력 있는 CG팀과 손을 잡고 사자의 털을 하나 하나 손으로 그려넣은 화려한 영상을 선보였다. 세 번째 팀은 아프리카에서 사자와 호랑이를 직접 공수해 와서는 사람의 팔을 물어뜯는 충격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네 번째 팀은 물량공세의 끝판 왕이었다. 한 마리 가져오기도 어려운 사자와 호랑이가 수 열 마리 우글대는 정글을 통째로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프레젠테이션은 점점 화려해졌고 동원 가능한 돈과 사람을 최대한 쏟아부은 각종 쇼가 펼쳐졌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예산을 아주 낮게 적어낸 팀이 등장했다. 원고를 든 연출자 한 명과 아무 도구도 없는 빈손의 평범해 보이는 남자 둘이 무대 위에 섰다. 남자 둘은 자신들이 마치 사자인 듯 호랑이인 양 연출자가 적어서 건네는 대사를 주고 받았다.

그들이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사자와 호랑이보다 훨씬 더 사자 같고 호랑이 같았다. 앞선 참가자들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마음을 뺏겼던 심사위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그래 우리가 원래 주문한 게 쇼가 아니라 저것이었지’ 라고 생각하며 높은 점수를 주기 시작한다.

다만 한 심사위원은 손으로는 손뼉을 치면서 “마지막 팀의 ‘끝으로 한마디 더 주례사’가 생각보다 길어서 저녁 약속에 늦어버렸네..” 라고 작게 투덜댔고 또 다른 심사위원은 심사표 비고란에 “ 좋긴 한데, 시종일관 비장해서 보는 몸이 힘들었음”이라고 적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먼저 PT를 끝내고 지켜본 다른 팀들은 “우리가 큰돈을 들여 만든 털과 가죽과 사실적으로 녹음해 비싼 스피커로 틀어놓은 포효소리와 심지어 사자를 옮기기 위해 빌린 커다란 비행기까지도 그냥 걸어들어온 저 남자들의 작은 몸속에 다 들어있었구나. 저 얼마나 효율적인 팀인가” 하고 탄식했다고 한다.

시사회에서 미리 본 영화 ‘사도’ 감상문.

△글=여준영 프레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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