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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할 땐 기부로 마음의 짐 희석”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임시완 | 2023.02.24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지난 19일(금) 공개된 직후 넷플릭스 영화 부문 2위를 차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평범한 회사원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의 위협을 받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연히 습득한 휴대폰을 조작해 ‘나미’(천우희)를 궁지로 몰아가는 ‘준영’ 역을 맡아 섬뜩한 빌런 연기를 선보인 임시완과 만나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해당 인터뷰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극중 ‘준영’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수많은 개인정보를 분석해 사용자의 관심사, 인간관계까지 파악해 이를 악용하는 인물이다.

현실에서 충분히 존재할 법한 인물이다. 금전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휴대전화를 해킹해서 악용하는 짓을 하는 사람이 어디든 있지 않겠나. 나한테도 일어날 법한 재앙이라서 더 무섭게 느껴지더라.



실제로는 SNS를 자주 활용하는 편인가.

배우로 살지 않았다면 인스타그램을 안 했을 거다. (웃음) SNS는 거의 공적인 용도로 활용하고 일상 사진을 많이 올리지 않는다. 필요에 의해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일과 관련된 게시물을 주로 올린다. 지극히 개인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건 부담된다. 내가 오늘 어디에서 뭐 했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모든 정보가 공개된다면 영화에서처럼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전작 <비상선언>에서도 악역을 맡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맑은 눈의 광인’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는데. (웃음)

내가 '맑은 눈'인 건 모르겠다.(웃음) <미생>의 ‘장그래’를 연기했을 때 내게서 밝은 이미지를 발견했는데, 반대로 빌런을 연기할 때 그런 이미지를 이용하면 되겠다 싶더라.



어쩌다 보니 공개 시기가 악역으로 몰린 상황이 된 거지 악역 연기에 재미가 들린 건 아니다.(웃음) 사실 필모그래피 비중으로 따지면 선역이 많고 악역을 맡더라도 선역과 번갈아 가며 해왔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결정할 때도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대본은 재밌는데 캐릭터 때문에 처음엔 고사했다.



캐릭터가 어때서?

‘준영’이 사회적으로 좋은 작용을 하는 인물은 아닌 것 같더라.(웃음) 아티스트적인 기질이 잘못된 방향으로 발휘되지 않나. 혹시나 모방 범죄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되더라.



작품을 선택할 때 사회적인 영향까지 고려하는 편인가.

배우 세계에서 악역은 축복이라고, 꽃이라고 불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기를 강렬하게 보여주거나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는 건 확실히 악역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렇지만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서 선역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려고 하고 그게 이상적이라고 본다. 그런 이유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고사했는데, 대본의 짜임새가 만나 보기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 거절한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 남더라. 이런 대본을 놓친다는 게 배우로서 과연 옳은 선택인가 싶었다. (웃음) ‘준영’이란 캐릭터가 막무가내 악역이긴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으로 대표님과 상의 끝에 출연 제안을 받아들였다.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른 거 같다.

좋은 작품을 고르는 것도 배우의 역량 중 하나지만 한발 더 나아가 작품을 통해 사회에 좋은 영향력,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 같은 작품을 만나면 배우로서 가치관이 부딪혀서 기준이 어려워진다. (웃음)



선한 영향력이 작품을 선택하는 최우선 순위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악역을 선택할 땐 많은 고민과 부담이 뒤따른다. 그래서 그 무게감을 덜어내는 방법으로 기부를 선택했다. 형식적인 기부라고 볼 수도 있지만 기부를 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희석하면서 일종의 당위성을 찾을 수 있었고, 그러고 난 이후에야 역할에 몰입할 수 있다. 또 악역을 맡게 된다면 그 때도 마찬가지로 기부를 하게 될 거 같다. 기부보다 더 현명한 방식을 찾는다면 그걸 할 거고. 어떻게든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기 위해 작품 외적으로도 고민하며 지낼 생각이다.



그런 고민 끝에 완성된 연기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완성된 작품을 보니 ‘준영’이 시나리오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더라. (웃음) 연기적으로 더 채워야 할 부분이 많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비상선언>으로 두 차례 칸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칸영화제 방문은 연기의 원동력이 된 큰 자산이다. 영화가 다 끝난 뒤에 나오던 기립 박수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에 대한 사전 정보 하나 없는 관객들이 나와 눈을 마주치려고 노력하더라. 그 눈빛들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깨달았다. 이 반응을 얻기 위해 연기해야겠다고. 내 연기의 기준점을 높여야 하고, 적당히 해선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됐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이 영광을 또 누릴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변호인>에선 송강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선 설경구, 그리고 <비상선언>에선 이병헌까지 국내 최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함께 작업하면서 연기 외적으로도 얻은 게 많았겠다.

선배님들께 직접 연기를 배운 건 아니지만 옆에서 그 분들이 연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하는지를 관찰하면서 깨달은 게 많았다. 놀랐던 건 그렇게 뛰어난 배우들도 연기에 대한 중압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미 정점에 있는 분들인데 끊임없이 연구하더라.



선배님들을 보면서 앞으로 내가 어떤 배우가 돼야 할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관객은 이미 선배들의 연기를 오래 봐온 만큼 배우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매우 높아져 있다. 그래서 그 분들만큼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배우로서 기본값이 된 거 같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나는 내 시대에 맞는 연기를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서 진화하려 한다. 팬데믹 이후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 국내 관객, 시청자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내 연기를 보게 됐다. 전에는 한국적인 정서만 고민했다면 이제 세계적인 정서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내 세대 연기자의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아이돌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대에 선 모습을 보지 못한 거 같다. 가수 활동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나.

과거에는 내가 아이돌에 속해 있을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운 좋게드라마 <해를 품은 달> 오디션에 붙었고, 그 이후로 쭉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쟤는 연기만 하겠거니' 생각하신다. 그럼 성격상 청개구리 기질이 발동해서 다른 게 하고 싶어진다. (웃음) 사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땐 아이돌이란 꼬리표가 없어졌으면 했는데 이제는 다들 당연히 내가 노래를 안 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더 하고 싶어진다.



20대를 다 바친 분야인데 가수 생활을 이렇게 마무리하는 건 아쉬운 거 같다. 연습생 2년, 계약기간 7년, 아이돌로 총 9년을 보냈는데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을 스스로 부정할 생각은 없다. OST에 참여한다든지 정기적으로 콘서트를 열면서 가수 생활을 가지고 가야겠다고 느꼈다. 지금 내 목표는 연기를 꾸준히 가져가면서 1년에 한 번씩은 팬들과 오프라인으로 만나 파티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거다. (웃음)



그렇다면 구체적인 앨범 계획이 있나.

올해 앨범이 나온다. 최근 콘서트를 열었는데 거기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이나 곡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앨범은 1~2개 정도 나올 수 있는데 음악방송 계획은 아직 없다.



사진제공_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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