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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러브스토리”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꿈을 꾼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 2023.02.20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2004), <나라타주>(2017) 등을 통해 섬세한 감정선의 멜로드라마를 선보였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퀴어 로맨스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꿈을 꾼다>로 관객을 찾는다. 성적 지향점이 다른 두 남자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에 대해 감독은 본질은 ‘러브스토리’라고 말한다. 남성과 남성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을 순 있겠지만, 그보다는 첫사랑 같은 순도 높은 사랑으로 바라보길 바란다고. 일방통행인 감정을 받아들이는 프로세스에 있어 성별은 불문이라는 감독이다.



영화 <나라타주>(2017) 이후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했다. 신작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꿈을 꾼다>를 개봉하게 된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요 며칠을 만끽하는 중이다.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는 건 개인적으로 크게 힘이 되는 일이다. 항상 영화를 만들고 나면 이 영화가 과연 정답일지 오답일지 자기 의심을 하는 자주하는 편인데, 한국 관객의 반응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이번 개봉은 다음 작품을 위한 원동력이 될 듯하다.



BL(Boy’s Love)이 아닌 퀴어(Queer) 장르임을 강조한 배경 혹은 이유는.

이 영화는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끈 미츠시로 세토나 작가의 만화가 원작이다. 2006년 연재될 당시에는 이 만화의 존재를 전혀 몰랐지만,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거로 알고 있다. 원작을 보고 동성의 사랑보다는 인간애, 그러니까 인간이 인간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과연 작가도 일반 BL과는 선을 긋는다는 의지로 만화를 그렸다고 들었다. 지금같이 LGBT 등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담론화 되기 이전의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욱더 이야기에 담긴 가치는 빛나지 않나 싶다. 남자와 남자가 아닌 인간과 인간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성애와 동성애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시선이 있지만, 성적 지향점이 다른 남자가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 부분을 잘 설득하는 게 관건이 아닌가 한다.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단지 성별이 남자와 남자일 뿐 일방통행인 감정을 받아들이는 프로세스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준비하며 동성애자인 제자의 집에 하룻밤 놀러간 적이 있다. 여러 면에서 그들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제자가 말하길 굉장히 두근거렸다길래 사실은 취재하려고 왔다고 하니, 이성애자인 걸 알고 있었음에도 깜짝 놀랐다며, 긴장감이 풀렸는지 엉엉 울더라. 그 순간 같은 남자인데도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구나 싶었다.



극 중 ‘예외가 되는 순간 사랑이 피어난다’는 대사가 사랑의 속성을 잘 드러낸 말이 아닌가 한다. 어떤 기준, 가치, 사고, 습관 등을 초월하게 만드는 존재라면 바로 그게 사랑이겠지!

예외를 찾는 게 연애가 아닌가 한다. 또한 가장 두근거리는 순간도 예외를 맞닥뜨릴 때가 아닐까. 남자와 남자의 연애라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특히 성소수자인 ‘이마가세’(나리타 료)에게 성적 지향점이 다른 남자와의 연애는 더욱더 이루기 힘들 테다. 이성애자인 ‘쿄이치’(오쿠라 타다요시)는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결국 미지의 애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지금까지 남녀 간의 애정물을 찍으면서 점점 진부한 관계를 그리고 있다고 느껴왔다. 첫사랑 같은 굉장히 순도가 높은 사랑은 없을까 싶던 차에 이번 영화는 굉장히 순도가 높다고 느꼈다.



제목이 특이하다. 특히 ‘치즈꿈’은 무슨 의미일까.

원작 만화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고, 일본에서는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이 있긴 하다. 원작자에게 의미를 묻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꿈을 꾸는 건 쿄이치 혹은 이마가세 둘 다 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치즈꿈’이라는 건 아름다운 추억이나 소중한 순간 등 잊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잊을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한 애절함과 센티멘탈한 감정을 잘 담아내려 했다.



퀴어 로맨스 영화를 찍으며 당신만의 차별점을 꾀한 부분이 있을까.

사실 퀴어 영화라는 걸 의식하지 않고 만들었다. 일부 사람들은 지금은 다양성의 시대라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러브스토리’ 중 하나의 형태일 뿐이다. 물론 남자와 남자의 이야기라 주저감이 들 수도 있고,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더욱더 잘 이해할 부분도 있겠지만, 그 본질은 성별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있어 하나의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한국영화는 성적인 표현, 특히 애정씬 등에 있어서 점차 보수화되는 추세다. 일본은 어떤가. 이번에 동성 간의 애정씬을 꽤 수위 높게 담았다.

일본도 비교적 진한 수위의 표현은 적어지는 듯하다. 이번 배드씬은 남녀든 남남이든 구분없이 제대로 찍고자 했다. 쿄이치와 그의 여자친구, 쿄이치와 이마가세 이렇듯 이성 간 그리고 동성 간의 배드씬을 모두 동등하게 아름답게 담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 영화의 하나의 볼거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실 현장에서는 동성의 베드씬 촬영이 (같은 남자라 그런지) 더 수월했다. 좀 더 깊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겠더라.



두 배우의 반응이 궁금하다.

100%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경험이 없는 두 배우이니 아마도 남자끼리 살갗을 대는 감각을 발견하는 현장이 아니었을까! 여성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라 두 배우 모두 탐구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전해 들었다. 기억에 남는 건 나리타 료의 말이다. 이성애자로서 여러 버전을 상상했고, 반드시 여성스러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는데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보니 자기가 굉장히 여성스럽게 보여서 신기했다더라. 나 역시 동성애자 친구를 보며 상냥하고 부드러운 태도와 말투 등 여성적인 측면이 있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나리타 료도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면이 묻어나서 신기하게 느낀 것 같다.



두 배우에게 디렉팅한 부분이 있다면.

우선 이마가세의 사랑스러움이 표현될 상황을 만든 후 관계성에 의해 이런 사랑스러움이 드러나게끔 했다. 이마가세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도록 유도했다면 쿄이치는 대사나 행동, 동선 등을 미리 완벽하게 세팅한 후 들어갔다. 나리타 료에게는 연기에 들어가기 전에 그들(동성애자)을 많이 접하고 행동이나 분위기 등을 훔쳐오라고 했었다. 마침 주변에 (동성애자인) 친구들이 있어 그 분위기를 체득해 온 것 같다.



이마가세가 소중히 간직해 온 지포라이터나 그가 종종 앉곤 하는 작고 높은 스툴의자 등 소품을 디테일하게 활용해 인물의 감정을 표현한 면이 돋보인다.

스툴의자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집착해서 설정한 소품이다. (웃음) 크기와 높이 등 특별 주문으로 제작했다. 쿄이치의 집은 넓고 공간이 많음에도 때때로 이마가세는 스툴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앉는다. 평소에는 침대에 대자로 크게 눕고, 소파에 늘어지게 앉아 있는 등 아주 당당하게 집을 활보하는 이마가세지만, 의자에 앉을 때만은 매우 작은 존재가 된다. 과연 쿄우치의 집에 자신이 머물러도 괜찮은지 의구심이 들 때 그는 한없이 작아진다. 내재된 불안감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는 거겠지. 한편 쿄이치는 이마가세가 집을 나간 후 약혼녀가 그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된다. 이렇듯 쿄이치가 자기 진심을 깨닫게 되는 매개이기도 하다. 지포라이터는 쿄이치는 자기가 줬다는 사실도 기억 못하지만, 이마가세의 사랑이 매우 오래 전부터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소품이라 하겠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각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확산되고 있다지만, 아직은 소수자가 자기를 드러내기 힘든 현실임은 분명하다. 사회적 의식 제고에 이 영화가 어떤 역할을 할 거로 기대하는지.

일부 정치인이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는 이들과 정서가 분명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특별히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호소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상처입고, 상처입히고 하는 건 남자와 남자 혹은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에 따라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으면 한다. 지금은 남성 간의 사랑이나 섹스, 성적인 취향으로 이 영화가 주목받을 수 있겠으나 향후 시간이 지나 개인의 성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크게 흥행 중이다. 또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가 일본에서도 인기있는데, 창작자로서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슬램덩크’는 캐릭터 이름을 한국식으로, 즉 로컬라이징에 성공한 사례가 아닌가 한다. 만화를 즐겼던 세대가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추억 소환’이 히트 요인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일본 내 크리에이터들이 한국 콘텐츠를 참고하려는 추세가 확실히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작품에 자극받는 것은 좋지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일본인은 일본 정서로 일본의 것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나 역시 내 이야기에 더욱더 집중해 만들려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제작진과 배우와 함께 <브로커>라는 한국 영화를 만들었듯이, 한국 제작진과 협업할 계획은 혹시 없는지.

날카로운 질문이다. (웃음) 물밑에서 이런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긴 하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것 같다. 전세계가 한국 영화와 드라마, 엔터테인먼트를 주목할 정도로 한국은 제작 시스템을 비롯해 여타 콘텐츠 환경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많은 크리에이터가 한국의 작품과 프로세스에 관심이 많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콘텐츠의 핵, 즉 코어를 접하고 알아가고 싶다.





사진제공_(주)미디어캐슬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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