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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유니버스를 꿈꾸며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 창 감독 | 2020.10.08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은 데뷔를 앞둔 신인 보이그룹 ‘피원하모니’(P1Harmony)의 음악적 세계관을 뼈대로 한 판타지 영화다. 분노와 폭력성을 극대화하는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지구를 구할, 별의 정기를 타고난 소년들이 미래-과거-현재에서 모이는 과정을 담는다.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을 정립하고 이를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으로 이어가는 현 트렌드에서도 <피원에이치>는 장편 영화로 풀어낸 첫 시도라는 점에서 모험이요, 도전이라 할 수 있다.



K팝과 K무비의 융합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이는 <고사><표적><계춘할망>으로 장르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해온 창 감독이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로컬라이즈한 발상보다 범인류적이고 보편적인, 전 세계 어디서도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녹이는 데 주력했다는 창 감독, <피원에이치>를 시작으로 평소 꿈꾸던 프랜차이즈 유니버스를 향해 첫 발걸음을 뗐다.




# 도전



<계춘할망>(2016) 이후 선보이는 신작인데, K팝과 영화의 융합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남다르다. 시작은.

FNC엔터테인먼트로부터 데뷔를 앞둔 아이돌 그룹 ‘피원하모니’(P1Harmony)의 세계관을 쓴 웹소설을 영상화하는 작업 의뢰를 받았다. 영화로 넘어오기 전 10년 이상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기에 소설이 내 취향과 색이 맞으면 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었다. 그런데 전체적인 윤곽을 보니 웹소설로는 좋지만, 나와는 안 맞아 거절했었다. 이후 내가 직접 각본을 써 영화로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다시 제안이 왔다. 요즘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음악, 뮤직비디오 등을 만드는 게 트렌드이지만, 영화로는 첫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발랄하고 끼도 풍부하고 가능성이 아주 큰 친구들이라 한국형 히어로무비로, 또 하나의 K컬처의 도전이 되겠더라. 개인적으로 아주 멋진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연출하면서 중점을 둔 지점은.

평소 프랜차이즈 영화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바람이 컸다. 국내에서도 <다크 나이트> 3부작 같은 시리즈를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국내만으로는 그 시장이 너무 작기에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나같이 어중간한 위치의 감독은 더더욱 투자자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웃음) K팝의 위상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메리카 등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으니 서사와 결합한다면, 프랜차이즈 유니버스의 꿈을 펼칠 수 있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기대해 봤다. 그래서 음반 업계에서는 통상의 영상물 작업 비용보다 큰 예산이지만, 영화 제작비로는 아주 작은 규모(총제작비 20억 원가량)에도 불구하고 도전했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로컬라이즈한 발상보다 범인류적이고 보편적인, 전 세계 어디서도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녹이고자 했다.



처음에는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거로 알고 있다.

개봉해 대중 앞에 평가받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도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데 어떤 매체를 타고 가든 부끄럽지 않을 만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따라서 공개해도 좋겠더라. 아직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았음에도 유튜브 등 SNS상에서 벌써 ‘피원하모니’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인사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드론 바이러스 공격으로 폐허가 된 지구를 구하기 위해 과거, 현재, 미래에 흩어져 있던 별의 정기를 타고난 소년들이 모인다는 게 주요 뼈대이다. 멤버별로 캐릭터를 부여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극 영화이지만 보이그룹의 세계관을 소개하는 영화이니만큼 멤버 하나하나를 캐릭터화시키는 게 중요했다. 그들을 녹일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일지 고민하다 북두칠성을 파기 시작했다. 별자리 등 관련된 여러 가지 조사를 하다 보니 몇 가지 아이템이 떠올라 제안하니 FNC 측도 촉이 왔는지 바로 진행하자더라. 딱 작년 이맘때 즉, 추석 직후 작업에 들어갔다. 스토리 뼈대를 잡고 멤버를 하나하나 만나 이야기하고 MBTI 검사도 하며 성격을 알아갔다. 그렇게 멤버의 특성을 살려 과거, 현재, 미래에 배치하고 개성을 부여했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멤버들과 작업한다는 게 한편으론 모험이었겠다.

스물여덟 살에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데뷔하면서부터 신인들과 워낙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신인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편이다. 신인은 오히려 백지장 같아서 주어진 캐릭터를 온전히 그려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영화 캐스팅 시 솔직히 마케팅 차원에서 네임드 배우를 섭외하는 것도 있거든.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를 보면 프로 배우가 아닌 실제 해당 직업 종사자를 캐스팅하지 않나. 그래서 이번에도 멤버의 성격에 최대한 비슷한 캐릭터를 부여한다면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돌이 연기하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어떤 선입견 없이 봐주면 좋겠다. 연기가 어색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동감! (웃음) 영화 속에서 어색함이 크게 보이지 않더라. 연기 지도 혹은 조언은 어떻게 했나.

당시에 직접 지도할 여력이 안 돼 평소 잘 아는, 연기를 아주 잘하는 배우를 선생님으로 추천했었다. 그분이 성우 출신이라 발성과 발음이 훌륭하거든. 연기와 발성 등을 체계적으로 강도 높게 한 달 정도 연습했다. 그 과정을 계속 리포팅하고 일주일에 2회 정도 직접 테스트하며 한 단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연기 수업을 포함해 두 달 정도 트레이닝을 했는데, 멤버들이 모두 잘 따라왔고 그동안 놀랄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김설현, 정용화, 최여진, 조재윤, 정해인, 유재석 그리고 정진영 등 특별출연과 카메오의 라인업이 화려하다. 특히 최여진 배우는 정말 프로처럼 춤을 잘 추더라.

아무래도 FNC 식구들이니, 품앗이하듯?(웃음) 최여진 배우는 몸 관리가 철저하고 원래 댄스 실력이 뛰어나다. 특별 출연 중 정진영 선배와 김설현 등 몇몇은 직접 콕 짚어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



미래-과거-현재로 전개되는데 전혀 다른 분위기와 스타일 때문인지 살짝 분절된 인상도 들더라. 시간대별 콘셉트는.

옴니버스의 경우 통일감 있게 하나의 스타일과 연출로 흐르는 영화도 있지만, <바벨>(2006,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등과 같이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다. 우린 시간대별로 색채와 색감을 다르게 가져갔다. 원래 과거는 흑백으로 하려다 정겨운 색상을 주로 하며 약간 B급 정서의 맛을 살렸고, 현재는 아주 사실적인 톤으로 가져갔다. 미래는 폐허가 된 지구이니만큼 아포칼립스 적으로 이미지와 공간을 구성했다. 에피소드별로 색감과 분위기, 콘셉트를 달리 디자인했기에 통일감을 기대했다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다.



미래의 세 인물 - 탁월한 사냥 실력자 ‘테오’, 천재적인 엔지니어이자 분위기 메이커 ‘종섭’, 면역력을 가진 생존자 ‘소울’/ 과거의 두 인물 - 접촉 없이 사물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 지닌 ‘지웅’,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기호’/ 그리고 현재의 죽지 않는 신체 재생 능력자 ‘인탁’까지 캐릭터 면면이 흥미롭지만, 개인적인 최애 캐릭터는 말하는 강아지 인형 ‘하자’였다. 뒤뚱뒤뚱 움직이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탄생 비화는.(웃음)

우리 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놀던 예전의 동영상을 보면서 문뜩 떠오른 캐릭터로 어린이의 판타지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가끔 인형이 말하고 움직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지 않나. 그런 거지. ‘하자’의 주인 ‘채윤’(이채윤)은 슬픈 사연을 지닌 외로운 아이인데 엄마가 사준 인형과 항상 같이 있다 보니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된다. 채윤은 스스로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나 생명력을 불어넣는 신기한 힘을 가진 능력자다. 인형에게 자신도 모르게 생명력을 부여하게 된 거다.

 △ 피원하모니- 테오, 종섭, 인탁, 지웅, 소울, 기호
△ 피원하모니- 테오, 종섭, 인탁, 지웅, 소울, 기호


‘사조성’이라는 미지의 존재가 드론을 이용해 바이러스 핀을 쏘고, 핀에 맞은 사람은 이성을 상실하고 극한의 폭력성을 띠게 된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시작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 후속편이 꼭 나와야 할 것 같다.(웃음)

이번이 세계관의 문을 여는 데 주력했다면 후속편은 메시지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예산을 확보해 본격적으로 작가를 투입해 스토리텔링을 뽑는 등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극장뿐 아니라 OTT나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을 고려하고 있고, 음악은 물론 영상물로서도 퀄리티 높게 완성해, 그 안에 메시지를 녹여내려 한다. 물론 장르적 재미도 놓칠 수는 없다. 또 사조성이라는 메인 빌런의 정체도 공개해야겠지? (웃음)



미래 에피소드에서 갈대가 우거진 광화문 광장, 드론으로 꽉 찬 방 등 몇몇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좋아하는, 각별한 장면을 꼽는다면.

음, 미래 편에선 설현이 바이러스 핀에 맞아 감염돼 가는 시퀀스인데 원체 중요한 장면이라 그 감정 변화를 세세히 살리고 싶었다. 과거 편에선 두 아이가 노랗게 물든 풀 더미에 하늘을 향해 누워 있는 장면인데 과거 편의 전반적인 무드와 잘 어우러지도록 부감과 카메라워킹에 신경 썼다. 또 현재 편에서는 ‘채윤’이 아빠와 치킨을 먹는 장면이다. 첫 회차에서 촬영했는데 왠지 뭉클했었다. 나 역시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의 고민을 캐물을 수 없는 아빠의 답답한 심정에 이입했다고 할까. 아빠가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을 카메라가 깊게 들어가 살짝 포착하고 생활적인 터치가 더해져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고민을 드러낸 것 같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다. 또 영화의 마지막, 하늘에서 신호가 오는 시퀀스는 천문관측소에서 촬영했는데 하루 만에 소화해야 해서 촬영 감독이 고생을 많이 한 장면이다.



이 자리를 빌려 피원하모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함께 작업하는 동안에도 친구들에게 항상 얘기한 게 있다. ‘너희가 던지는 메시지를 늘 생각하라’는 것이다. 공인으로서 그들의 말과 행동이 대중에게 미치는 파장을 고민해 보라고 했다. 단순히 인기에 부응하려 하지 말고 유명해질수록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거지. 아이돌의 경우 소속사의 콘트롤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개체로 홀로 서야 할 시기가 오는데 그때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던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소소하든, 깊은 철학을 담은 메시지든 말이다.



# 영화



개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 보자. 당신에게 영화는 뭔가.

뮤직비디오에서 영화로 넘어와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9), <표적>(2014), <계춘할망>(2016) 그리고 이번 영화까지 상업영화 네 편을 찍었고, 어느덧 중견 감독이 됐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직업이자 밥벌이지만, 그렇다고 돈만 보고 찍지는 않았고 나름의 마지노선을 지켜왔다. 내가 재미있고, 흥미롭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든다는 게 아직은 행복한데 가끔은 지치기도 한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고, 게임회사 등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제안이 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못 가겠다. 아직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거든. (웃음)



일선에서 크게 어려움을 체감하는 지점은.

영화계가, 영화라는 매체가 어떻게 진화할지 알 수 없는 요즘 아닌가. 그래서 뭐 하나가 잘됐다 싶으면 그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한데, 이런 시류에 (개인적으로) 답답함이 크다. 또 독창성, 창의성, 콘셉트 등 작품 자체로만 평가하면 좋은데 배우 구성 등 소위 패키징으로 평가하고 평가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한 번은 따져보니, 유명 배우가 참여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의 흥행 여부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더라. 배우도 중요하지만, 때론 내러티브의 힘이나 감독의 연출력만 믿고 가봐도 좋을 텐데 말이지. 빅텐트 영화 중심 멀티캐스팅이 과연 한국영화의 발전에 있어 바람직한 방향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공감한다. 제작 규모가 커지고 비용이 올라가면서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관련자들이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흥행 공식의 시스템화, 쏠림, 멀티캐스팅 등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솔직히 내가 제작자라도 비용이 커지면서 후달릴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하다. 현재 국내 영화가 독립영화와 대작 블록버스터, 양극단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소위 허리급 영화가 없다. 총제작비가 60억이면 대략 손익분기점이 150만 명 정도인데, 국내 영화 평균 관객이 150만 명이 안 되는 실정이다. 이런 영화가 승부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예를 들면 할리우드의 경우, 좌석점유율에 따라 스크린수를 점차 늘리거나 감소해 간다. <라라랜드>, <기생충> 등이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데 국내는 처음부터 대작 위주로 스크린을 몰아줘 버린다. 개선이 필요하다. 또 독창적이면서도 상업적인 영화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실정인데, 투자사들과 이야기해보면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투자 시스템적으로 실행하기가 힘든 것 같더라.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여성 액션 복수극을 준비 중이다. 또 일본 아마존 OTT 플랫폼에서 <표적>이 반응이 좋아 영화를 하나 제안받았다. 하게 되면 일본에서 작업할 것 같은데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마지막 질문! 최근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은.

캠핑을 좋아해서 아들과 둘이 잘 다닌다. 시설이 열악해도 자연이 좋은 곳 위주로 찾아다니는데, 그 시간이 요즘 유일한 낙이다.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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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광희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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