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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공백 메꾸는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 허브’ 인디그라운드 조영각 센터장, 이지연 총괄매니저 | 2020.10.06
 
[무비스트=박꽃 기자]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가 지난 8월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개소했다. <돼지의왕> <사이비> 등 독립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조영각 프로듀서가 초대 센터장을,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지연 사무국장이 총괄매니저를 맡고 미디액트, 시네마달, 인디스페이스, 진미디어 등 유관 업계에서 10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구성원이 힘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 8년 동안 공백 상태와 다름없었던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 전문 기관에서 광범위한 관련 프로젝트의 근간을 세울 예정이다. 인디그라운드의 첫해 사업 내용과 장기적인 비전을 신당동 사무실(로컬스티치 약수)에서 들어본다.







인디그라운드는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를 표방한다. 설립 취지를 좀 더 풀어 설명한다면.



조영각 센터장(이하 ‘조영각’) :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운영하던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2007~2011)가 있었지만 당시 정부에서 독립영화를 안 좋아하면서(기자 주: ‘블랙리스트’ 문제와 연결돼있다.) 그 활동이 종료됐다. 이후 지난 8년 동안 관련 활동이 없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2017~2019)으로 있을 때 살펴보니 독립영화 제작은 상대적으로 활성화돼 있는 반면, 관객을 만나고 상영관을 확보하는 배급의 영역은 간헐적인 지원만 있을 뿐 그 내용이 정리되지 않은 비전문적인 상태로 남아 있었다. 영진위 독립예술영화지원소위를 통해 독립예술영화 유통, 배급에 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계속했고, 영진위가 조직 형태와 예산에 관한 전향적 판단을 하면서 기획재정부의 승인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동의를 받아 인디그라운드를 개소할 수 있었다.





인디그라운드 첫 해 예산이 17억 원으로 배정됐다. 독립예술영화 종사자라면 인디그라운드의 사업 방향과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척 궁금할 것 같다.



이지연 총괄매니저(이하 ‘이지연’) : 인디그라운드는 영진위가 설립하고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운영하는 위탁 사업이다. 때문에 인디그라운드의 존재 목적, 필요성 등을 제시한 기본적인 과업지시서가 있다. 지난 8년 동안의 공백으로 무너진 독립예술영화의 유통, 배급 지원 활동을 다룬다고 돼 있다. 다만 그 내용이 워낙 광범위한 만큼, 현장의 상황과 코로나19라는 변수를 고려해 사업의 톤(분위기)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디액트, 시네마달, 인디스페이스, 진미디어 등에서 10년 이상 독립영화 관련 활동을 해온 이들을 중심으로 독립영화의 가치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 토론하면서 구체적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조영각 : 과거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가 있던 시절에는 공동체상영 같은 조직적인 배급 사업을 진행했다. 직접 빔프로젝트를 들고 상영 지원을 나가면서 마치 수공업 방식으로 관객과 대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년 동안은 그런 역할을 하는 기관이 없는 상황이었고, 독립영화는 지자체에서 만든 도서관, 서점, 커뮤니티 시설이나 각 지역에 위치한 전용관을 통해 유통, 소비됐다. 인디그라운드는 그들과의 협업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후 독립예술영화가 OTT나 IPTV로 유통됐을 때 관객에게 좀 더 잘 알려질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은 상영 목록에 독립예술영화가 올라있어도 그게 무슨 영화인지를 몰라서 못 보는(선택하지 않는) 상황이니까. 창작자 입장에서는 영화만 잘 만들면 유통, 배급은 인디그라운드에서 지원해줄 것이라는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곳이 되려고 한다.



그 시작으로 ‘공공온라인플랫폼 구축’과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작품 공모’ 소식을 전했다. 두 가지 사업 내용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이지연 : 공공온라인플랫폼은 일종의 ‘허브’ 혹은 ‘포털’ 같은 공간이다. 예컨대 관객은 그곳에서 스트리밍되는 독립영화를 볼 수 있고, 그렇게 결제된 수익은 다시 창작자에게 배분된다. 다만 기존 OTT나 IPTV와 의도치 않은 경쟁을 하는 부분은 세심히 살피고 상생해야 하는 등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공교육 현장에서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독립영화 내용을 다운받을 수 있는 종합 공간도 꿈꾸고 있다. 독립영화는 통일, 이주민 등 그 어떤 콘텐츠보다 다양한 교육적 주제를 담고 있으니 관련 내용을 교육자료로 가공해 제공하면 업계 입장에서는 미래 관객(청소년)을 개발하는 동시에 새로운 유통 활로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각종 영화제가 OTT를 통한 온라인 상영을 병행했는데, 규모가 작은 영화제는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니 그런 때에도 활용될 수 있는 플랫폼이 돼 볼 생각이다.



조영각 : 배급사가 없어서 애를 먹는 창작자도 많지 않나. 처음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일단 영화만 만들면 배급사가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배급사를 연결해주는 비즈매칭도 구상 중이다. 만약 감독이 홀로 배급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알려주려고 한다. 역시 아직 계획 중인 프로젝트지만 ‘씨네필카드’를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다. 독립영화를 보는 관객과 독립예술전용관을 지원하려는 것이다. 인디그라운드는 영진위가 위탁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인 만큼 KTV, 국방TV 같은 채널에서 상영할 수 있을 법한 양질의 독립영화를 골라서 제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등 개별 배급사가 하기 어려운 많은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독립예술영화 관객을 천 명에서 이천 명으로, 만 명에서 삼만 명으로, 백만 명에서 백이십만 명으로 늘려가면서 ‘코어 관객’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사람을 만나고, 제안하고, 설득하면서 프로젝트의 가치를 설파하는 ‘영업인’으로서의 기질을 발휘하는 게 두 분의 매우 중요한 역할로 보인다.(웃음)



조영각 : 이 모든 사업을 진행하려면 OTT, IPTV 같은 산업의 한 축과 교육부, 교육청 같은 공공의 또 다른 축을 모두 찾아다니면서 협약을 맺어야 한다. 누구와 같이 일하고 어떻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계속 논의해야 하면서 독립영화의 산업적, 공공적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저항과 실험을 통해 날것 그대로의 자기 색을 보여줘야 할 창작자들이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 그래서 요즘에는 (숙제처럼) 하루에 몇 분씩 통화하면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혹은 “한번 놀러 오세요” 말하고 있는데, 음... 이 자리에 온 걸 후회하고 있다! 농담이다.(웃음) 다만 누군가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맡겠거니 생각하고 있다가 내가 센터장 제안을 받아서 많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너희가 무슨 성과를 냈어? 하고들 물을 것 같다.



이지연 : 2020년 안에 우리가 구상한 모든 프로젝트가 바로 실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사업을 논의하든 인디그라운드의 최초 가이드라인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모으게 된다. 현장에서 각개전투하고 있는 많은 독립예술영화 유통, 배급의 이해관계자들이 협업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업계에 새로 진입하는 이들을 위한 네트워킹도 필요하다. 지난 8년 동안 그런 일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독립예술영화계 공통의 의제를 끄집어내고 그것을 현실화하면서 여러 인재를 서로 연결하는 작업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독립영화 씬 자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사업상의 어려움일 것 같다. 이주영처럼 인기 있는 배우가 출연한 <야구소녀>가 3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처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도 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그 최대치는 14만 관객을 모은 김보라 감독의 <벌새>, 5만 명대 관객을 모은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우리집> 정도인데.



이지연 : 20년 동안 독립예술영화 관련 일을 해오고 있지만, 그에 관한 인식을 개선한다는 게 참 어렵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유명인을 초대하고 작품 관람을 독려하는 캠페인 영상물을 제작해보려고도 했다. 그동안 우리 업계가 ‘돈이 없어서’ 충분히 하지 못했던 일인 동시에 (대형 투자배급사와 극장이 여전히 하고 있는) 가장 손쉬운 홍보법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인디그라운드의 사업으로서 그런 방식이 과연 적절하고 또 필요한 거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독립영화를 잘 브랜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다. 빠르게 티가 나지는 않더라도 점진적인 활동이 돼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현장에서 시작된 ‘세이브 아워 시네마’ 캠페인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관객 혹은 업계 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임박한 행사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이지연 : 10월 19일(월)부터 11월 19일(월)까지 한 달 동안 <돼지의 왕> <벌새> <혜화, 동> <한여름의 판타지아> <스틸 플라워> <우리들> <그림자들의 섬> <공동정범> <김군> <메기> 등 지난 10년 동안 의미 있는 성과를 냈던 열 편의 독립영화를 네이버 인디극장에서 상영한다. 또 이달 29일(목)부터 3주 동안은 인디그라운드에서 유통, 배급 특강을 연다. 11월에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앞서 언급한 비즈매칭 프로그램을 선보이려고 한다.



조영각 : 핑계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기존에 준비했던 대규모 개소식과 오픈상영회를 치를 수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인디그라운드를 알리는 행사를 열고 사람들과 뒷풀이를 하면서 명함을 교환했다면 소식을 퍼트리기가 가장 좋았을 텐데,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니) 이제는 ‘아, 그런 시대는 갔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모든 걸 온라인으로 해결하려하기보다는 소규모의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법률 특강, 노무 교육, 각종 매칭과 컨설팅 등을 진행하려고 한다. 작게라도 할 수 있는 걸 해야 하는 시점이다. 인디그라운드의 활동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관심을 두고 지켜봐줬으면 한다.





사진_무비스트

사진 제공_ 인디그라운드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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