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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재미를 지닌 배우 <히트맨> 정준호 | 2020.01.21
 
[무비스트=박꽃 기자]



“한글 놔두고 무슨 개지랄이야!” 정준호의 최근 연기를 이야기할 때 드라마 < SKY 캐슬 >의 이 장면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엘리트 의사 ‘강준상’역을 맡은 그는 상갓집에 모인 동료 의사들 사이에서 한자를 읽지 못해 큰 망신을 당한다. 학력, 직업, 경제력으로 무장한 최고 수준의 사회적 신분을 자부하던 그가 극도의 무안함을 겪은 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터지듯 내뱉은 말은 그냥 ‘지랄’도 아닌 ‘개지랄’! 고고한 척하던 속내를 뒤집어 까보면 느닷없이 적나라한 ‘품위 없음’이 드러나는 반전의 코미디를 정준호는 기막힌 감각으로 소화해냈다.



이 반전이 재미있는 건 현실 정준호의 몇몇 모습 덕분이다. 그는 쉰을 넘긴 나이에도 잘 관리한 몸매와 세련된 외모를 자랑하는 중견 배우이자 여러 사업장을 두루 거느린 경제력 준수한 사업가다. 동시에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가장 먼저 뛰쳐나와 격렬한 막춤을 추고, <라디오스타>에서 “발라 버려”를 외치는 후배의 힙합에 맞춰 엉거주춤한 아저씨 춤사위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소위 ‘있어 보이는’ 조건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푼수 같은 행동을 마구 해댈 때, 도시적인 외모와 썩 따로 노는 ‘늑적지근’한 사투리로 충청도 출신의 매력을 끊임없이 강조할 때! 겉보기와는 다르게 그다지 세련되지 않은, 그래서 황당하지만 이내 정감 가는 그 느낌이 바로 배우 정준호의 강점이다. 신작 <히트맨>에서도 그런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까?




권상우, 황우슬혜, 이이경과 함께 <히트맨>에 출연했다. 모처럼 코미디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데.

실사영화, 애니메이션, 웹툰 등 한 영화 안에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실험적인 코미디다. 현실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역동적이고 격정적인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잘 표현했다. 다소 낯선 느낌은 있지만 신선하고 재미있는 영화다. 속도감이 느껴진다는 점에서는 10대 20대에게 많은 지지를 받을 것 같다. 중장년층이라면 만화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가족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 권상우의 짠 내 나는 인생에 공감할 것이다. 설 연휴에 개봉하는 만큼 다양한 연령층이 볼 수 있는, 그리 무겁지 않은 작품이다.





당신은 국정원 특수요원 ‘준’(권상우)을 훈련하는 악마교관 ‘천덕규’역을 맡아 초반 혹독한 면모를 드러내다가 점차 코믹한 역으로 변모한다.

냉정한 악마 교관 ‘천덕규’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준’을 에이스로 길러낸다. 그런데 만화가가 되려는 ‘준’이 자신을 배신하고 인질로 삼으면서 점차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과정에서 정감 가는 ‘허당’ 끼도 드러난다.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지난 14일 열린 <히트맨> 언론시사회에서 권상우와 고향이 같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런 점이 작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가.

코미디 장르 영화이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충청도 사람은 특유의 호흡으로 말을 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사람 앞에서 싫은 소리를 잘 못 하고 불만이 있어도 그 자리에서는 이야기하지 못하다가 집에 갈 때쯤 돼서 점잖은 방식으로 티를 내는 식이다. 말은 많지 않은데 가끔 툭툭 던지는 한마디가 엉뚱하고 웃기다. 그런 지역적 기질과 특색이 코미디에서 잘 통한다. 그래서 개그맨 중에서 충청도 출신이 많다. 이번에도 그런 두 놈(정준호, 권상우)이 코미디 작품에서 만났으니 우리만의 독특한 코미디가 나오지 않았을까.(웃음)



정작 당신은 사투리를 전혀 쓰지 않는다. 당신이 언급한 지역적 기질이나 특색을 연기로 드러낸 적도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예전에는 사투리를 쓰면 연기자로 데려다 쓰지를 않았다. 소위 ‘싼마이’ 취급을 한다고 해야 할까. 표준어를 못 쓰면 주인공을 하지 못한다는 게 법칙처럼 정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예능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TV에 사투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한동안 방송가에 경상도 사투리가 유행했다. 사람들이 그걸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꼈던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진짜 충청도식’으로 재미와 뭉클함을 주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





예를 들면…

충청도 남자들의 능글능글하면서도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가 어떨까.(웃음) 친구인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좋아하면서도 서로의 속내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여자와 먼저 단둘이 밥을 먹었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 (한참을 침묵하다가) “둘이 가까운게벼…?” 하는 게 충청도 남자다. 그 한마디에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싸움이 날 것 같을 때도 (차분한 말투로) “이 세상에 성질 없는 사람 있간…” 한다. 아마 좋은 시나리오에 이런 사투리를 잘 버무리면 충청도 남자의 진~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다.(웃음)



신작 <히트맨>에서는 사투리 대신 액션과 욕설을 적절히 버무렸다.(웃음) 권상우와 차 안에서 ‘19금 장면’을 연출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웃음을 유도한다.

내 코믹 연기의 전성기는 <두사부일체> 시리즈 시절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의 코미디는 호흡도 속도도 다른 것 같다. 그때는 슬랩스틱처럼 몸을 쓰는 방식으로 극을 끌고 갔지만, 지금은 작품에 감수성과 (연출자의) 정체성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관객이 웃지 않는다. 자꾸 옛날 방식의 장점을 생각하거나 그 시절 향수를 떠올려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면 요즘 분위기에 맞지 않는 것 같더라. 흐름에 빨리 적응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조금은 뒤처지고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국정원 특수요원 ‘철’역을 맡은 이이경은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구사했다고 이야기하던데.

아무래도 이이경이 구사하는 개그 톤이 요즘 분위기와 맞을 것이다. 최원섭 감독이 그런 부분을 잘 뽑아내서 작품에 사용했다. 나는 후배들에게 (애드리브를 기회를) 많이 양보하고 지켜봐 주는 역할이었다. 속으로는 나도 같이 하고 싶었고, ‘내가 생각했던 건데…’ 싶을 때도 많았지만 대세의 흐름을 따라가야 할 것 같아서 조심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너무 (무게 잡듯이) 가만히만 있으면 그것도 좀 그렇고, 이래야 할지 저래야 할지…(웃음) 자신 있게 임하는 게 내 장점인데 후배들 하는 일에 너무 나서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두려움이 생긴 것 같다.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거룩한 계보> 등으로 2000년대 초중반을 수놓았고 최근에는 드라마 <스카이캐슬>(2018~2019)로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큰 사랑을 받았지 않았나. 여전히 유효한 배우라는 걸 증명한 좋은 계기였다고 본다.

운이 좋아서 연기라는 천직을 얻었고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연기자로서 내 재능이 바닥나거나, 연기하는 게 버거워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연기자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흠…

예전에는 주연이었지만 인생이 흘러가면 투탑, 쓰리탑, 주조연을 거쳐 어느 날 까메오가 된다. 천하의 누군들 세월을 막을 수 있을까. 상황이 바뀌면 거기에 빨리 순응하고 살아가야 한다. 왕년에는 내가 주인공이었는데 이런 역할이나 해서야 되겠냐면서 싸울 필요도 없다. 앞날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후배를 위해 있는 듯 없는 듯 묻혀서 조력자로서 몫을 하면 된다. 그러면 톱니바퀴는 굴러가게 돼 있으니까. 사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당신이 사업장을 관리하고 돌아보는 모습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고 고개를 숙이더라.

연예인의 인생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열심히 살아도 어떤 일에 잘못 꿰이면 본의 아니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아무도 나를 찾아주지 않는 때가 올 수도 있고. 그럴 때 단편 영화라도 만들고, 작은 연극이라도 올리려면 나만의 경쟁력을 갖춰 놓아야 하지 않겠나. 그게 사업을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나의 또 다른 능력을 실험해보는 거다. 물론 배우와 사업가 두 삶을 넘나드는 건 참 어렵고 빡빡하다. 연기판에서 대중과 스태프에게 응원을 받으며 활동하던 정준호는 불과 몇 시간 뒤 사업장에서 손님에게 컴플레인을 받는다.(웃음) 질책 뒤에는 정중하게 사과도 해야 한다. 때로는 직원 고용과 세금 문제로 고용청, 노동청에서 조사받는 일도 생긴다.



여러 입장을 헤아려볼 수밖에 없겠다.

연기자로서는 도움도 많이 된다.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 종종 한 분야에만 종사하던 배우들이 사회로 나오면 엉뚱한 사람과 만나 이상한 일에 엮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쌓아야 한다. 가만히 있기보다는 뭐라도 해서 이뤄 놓아야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둘째가 태어난 지 6개월이 됐다. 가장으로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커나가는 걸 보는 게 기쁨이다. 너무 바르기만 한 말 같지만, 작은 데서부터 행복을 찾다 보면 그게 큰 행복이 되는 것 같다. 50살이 돼서야 그걸 느낀다. <히트맨>도 10만, 20만씩 관객을 모으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다 보면 큰 목표치를 달성할 것이다.



사진 제공_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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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 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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